2017년 3월 26일 일요일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9재가 지나고 이 글을 쓰기 전에 머리속으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어떻게 기억하고 묘사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독일에 멀리 가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가 아버지에 대한 일상을 글자로 써내려 가다가 눈물이 났다.

어렸을 적 같은 욕조에서 씻겨주시던 기억과 1학년때 아버지가 모형 자동차를 조립해주시던 모습과 처음 오락실에 가서 맞은 일과 엄마랑 아버지가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일들, 레게 파마를 하고 일주일 동안 말 안 했던 기억, 아버지가 고함지르던 일, 아버지가 처음으로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순간.

이런 기억만 남기고 떠나셨다면 정말 황망 했을텐데 그나마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에 함께 삼개월 동안 함께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아버지도 나도 서로에게 좋은 기억들을 줄 수 있어서.

죽을만큼 싫었던게 아버지와 엄마의 죽음이었다. 정말 버티지 못할거 같았는데 뭐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찌어찌 넘어갔던거 같다.

49재를 지나고 몇 일 있다가 아버지에 대한 꿈을 꿨다. 아버지가 나를 안아줬다. 손으로 토닥이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아버지가 입고 있던 패딩 안을 살펴보니 아버지의 몸이 아니라 유리로 된 유골함이었다. 그 속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유골함을 만진 기억과 아버지의 목소리와 포옹을 원하는 그리움과 힘들지 말라고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독임이겠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몇 가지를 추려서 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아버지의 잠옷, 속옷, 허리벨트랑 모자다. 아버지의 땀과 손때를 간직한 물건들. 이제 이걸로 아버지를 추억할 수 밖에.

2017년이 꽤 지나갔는데도 아직도 난 엉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