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생뚱맞게도 박지윤의 뮤직비디오 <백조>였다. 이게 <난 남자야> 다음 후속곡이었을거다. 고등학교때 앨범이 나왔을 때는 몰랐는데 군대에서 후임이 가져온 5장짜리 뮤직비디오 모음집에 이 곡이 들어있었다. 아마 민병천 감독이 만든걸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ㅡ.ㅡ;; 백조의 호수 모티브에 사냥꾼을 집어넣어 살짝 뒤틀어놓은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다.
군시절 상병말 즈음에 신막사로 입주했는데 거기에는 기증책이 꽂혀진 조그만 도서관이 있었는데 책장에 있던 책 중에 발레리나 강수진에 대해 쓴 <당신의 발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도 있었다. 그걸 읽고 발레리나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도 했었다.
이러한 백조에 대한 인상은 전역하고 홈페이지에 발레리나 이미지를 아스키 문자열로 변형시켜서 만들어 놓기도 하고 그랬다.
그 이후로 별 관심이 없다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발레 공연후기를 보고서 살짝 관심이 가서 KBS 중계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공연녹화물도 찾아보고 음악도 찾아보고 그랬다.
발레공연을 가야지 가야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 보러갔다. 한 달 전에 예매를 하고 어제 공연을 보았다.
정영재 씨의 부상으로 이은원/이재우 씨로 바뀌었다.
가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공연시작전 오케스트라가 튜닝을 하는데 그것도 음악 같다는 생각을 했다. ㅎㅎ 하프소리가 그렇게 청명할 수가 없었다. ㅎㅎ
공연이 시작되고 처음에 이재우 씨가 등장하는데 이기적인 비율의 무용수가 뛰어오르니 정말 멋지더라. 이은원 씨도 정말 멋졌다.
난 발레를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해와서 이렇게 대면하니 정말 달랐다. 거칠게 비유를 하자면, 소프라노스의 등장인물 폴리가 "이탈리아 음식이 들어오기 전까지 얘네들은 똥을 쳐먹었어"라고 말하는게 수긍되는 느낌이랄까? ㅡㅡ;; 재현의 용이성이라는 이점을 가진 미디어지만 실연의 감동에 비할 수는 없는거 같다.
그리고 강수진 발레단장이 2층 박스석에서 공연관람하는걸 봤는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로 올라와 이재우 씨의 승급을 알렸다. 축하드립니다.
다음에도 직접 찾아가서 보고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봄의 제전이나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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