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8일 일요일

에픽하이, 정규 8집 신발장


에픽하이 정규 8집의 노래들은 작년에 이미 들었지만 http://a1211.blogspot.kr/2014/12/11.html 뒤늦게나마 앨범을 구입한 이유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힙합장르를 좋아하지만 꼰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리스너로서의 고백을 이전에도 http://a1211.blogspot.kr/search?q=블락비 말했지만 이번에는 에픽하이, 그 중에서도 타블로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앨범을 듣고 싶어졌다.

군대 이등병시절, 에픽하이의 <평화의 날>을 들으면서 힘을 냈다. 마음 속에서 계속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마침 청소시간에 틀어진 케이블 티비 속에 나온 에픽하이 무대를 잠시 넋놓고 보다가 아버지(?)뻘 군번이었던 상우 형에게 욕먹기도 했다. ㅎㅎ 2집 앨범에서 앨범제작비를 가지고 튄 모모 씨를 씹는 트랙도 기억도 나고. <Fly>, <Paris>를 들으면서 갇혀진 자의 힘듬을 덜어냈다.

시간이 지나서 에픽하이를 음악적 성과를 바탕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매스컴에 비친 모습을 가지고 재단했다. 티비 속에 나온 타블로의 이미지는 '버릇없다', '나댄다'로 각인되었다. 이후 타진요의 폭풍 속에서 악플을 달진 않았지만 방관자이지만 잠재적 타진요로서 "정말 뭔가 있는거 아니야?"라는 물음이 머리 속에 생긴 상태였다.

이후 결과는 머 다아는 것이고. 그 때의 나는 한나 아렌트의 말대로 자각없이 악의 평범성을 가지고 순응하던 독일 국민같았던거 같다. 나는 왜 그랬던걸까? 김영하 씨의 말대로 https://www.youtube.com/watch?v=aja-8sYjNaY#t=713 (11분 50분 이후부터)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에 대한 질투, 시기와 자격지심으로 '리모컨을 쥔 독재자'가 되었던거 같기도 하다. 인민재판에 돌을 던진 사람이었기도 하고.

꼰대 리스너로서 내 자신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는 상태이다. 여전히 나에게 남겨진 숙제다.


앨범 구입하고 좋았던 곡은 <막을 올리며>와 <Amor fati>였다.

<막을 올리며>는 다이나믹 듀오의 <이력서>와 쌍둥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첫 트랙부터 음악에 대한 결기로 가득찬 두괄식 문장으로 앨범을 이끄는게 비슷하다. <Amor fati>는 <Fly>처럼 코너 속에 몰린 상황에 대한 묘사와 운명애(運命愛)를 통해 맞서겠다는 가사와 넬픽하이(?)라고 불릴정도로 김종완과 에픽하이의 조화가 멋지다.

씨디가 한 장인줄 알았는데 1+1이더라. ㅎㅎ 코멘터리 씨디인데 앨범 작업과정의 메타정보를 듣는 맛이 쏠쏠하다. 씨디로 팟캐스트 듣는 느낌이 들어서 묘했다. 트랙별 내용은 이 분이 http://lcmpark.com/220161886890 잘 정리 해주셨다.

여담으로 아이튠즈로 두 씨디를 모두 리핑해서 아이폰으로 듣고 있는데 코멘터리 트랙 중 세 번째 순서부터 소리가 찢어지는 거다. 그래서 다시 씨디넣고 인코딩 했는데도 똑같았다. ㅠㅠ 소니 씨디피에도 넣어봐도 그런거다. 최후의 보루로 해킨토시에 딸린 씨디롬에 넣으니 비로소 깨지지 않고 청명한 소리를 내준다. 결론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거. 고등학교때 산 소니 E999 시디 플레이어와 구형 맥프로의 씨디롬은 바이바이 ㅠㅠ


구입일 15.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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